소행성 충돌로 세계의 절반이 사라진 뒤,
인류에게 남은 것은 바다 위로 솟은 얼마 안 되는 땅뿐이었습니다.
Psionics는 그 위에 '그리드'라는 도시를 세웠습니다.
오늘날 인류 대부분이 이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리드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A, B, C, D 네 구역으로 나뉩니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안전하고 풍요롭습니다.
▸ 핀에 마우스를 올려 각 구역의 상태를 확인하세요.




그리드에서 살아가려면 머릿속에 칩 하나가 필요합니다.
걱정 마세요, 모두 Psionics가 공급합니다.
그리드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릴 때 머릿속에 뉴럴 칩을 이식받습니다.
선택이 아닙니다. 칩이 없으면 문도, 결제도, 시민 등록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칩은 눈앞에 정보를 띄우고, 감각을 뇌에 직접 전하고, 몸에 붙인 기계 부품을 손발처럼 움직입니다. 그리드의 삶은 이 작은 칩 하나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리드에서 신체 개조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잃은 팔을 의수로 바꾸는 것은 안경을 맞추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값을 치를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요.
하위 그리드의 시민은 암시장의 낡은 산업용 부품을 몸에 달곤 합니다. 그런 몸은 가끔 스파크를 튀기고, 환상통을 겪기도 하죠.
검은 강화 유니폼에 새겨진 Psionics의 로고. 그리드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실루엣을 골목 끝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펄스(Pulse)는 유전자 편집과 최상급 사이버네틱스로 강화된 직속 대응 부대이며, 코어 지구의 경비부터 그리드-B 말단 구획의 순찰까지 전부 이들의 몫입니다.
그리드에는 글리처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신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좀비와 같은 이들입니다. 그들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도, 마지막까지 남아 흔적을 지우는 것도 펄스입니다. 그들의 임무는 하나입니다. 그리드가 어제와 똑같은 얼굴로 내일을 맞이하게 하는 것.
발밑의 전력망부터 오늘 저녁의 한 끼까지.
그리드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Psionics가 설계, 생산, 공급합니다.
당신이 숨 쉬는 세계 전체가 저희의 일입니다.
그리드-C의 대형 수력 발전 댐이 104년째 단 한 번의 중단 없이 전 구역에 전력과 물을 공급합니다.
농지가 사라진 세계에, 합성 식량으로 완전한 영양을 배급합니다.
의수, 의족, 인공 장기. 당신의 신체를 보강합니다. 시술부터 사후 관리, 실시간 생체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
그리드에서는 생존 자체가 구독 서비스입니다.
머릿속의 뉴럴 칩과 체내의 나노 머신이 통증을 줄여주고, 악취를 걸러주고, 바이러스를 막아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기능은 매달 결제가 확인될 때만 작동합니다.
구독 등급이 높을수록 더 쾌적한 세계를 감각하게 됩니다.
반대로 결제가 끊기면 감각 필터가 내려가고 통증 수용체가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걸러지고 있던 세계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옵니다.
최소한의 생존 패키지입니다. 그리드에 접속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며, 세상의 고통이 절반쯤 걸러집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대로 느끼셔야 합니다.
그리드-B 시민의 표준입니다. 글리치 바이러스로부터 당신을 지키는 방화벽 패치가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플랜으로 하루를 넘깁니다.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당신이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십시오. 그리드-A 입주 신청 자격이 함께 부여됩니다.
최근 미인가 방송과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당사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나노 글리치 바이러스와 연관되어 있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유포되고 있습니다.
Psionics Systems Corp.는 당사의 패치 시스템이 글리치 바이러스의 발생 또는 확산에 기여한다는 어떠한 주장도 단호히 부인합니다. 해당 주장은 그리드-C와 D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된 반사회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추적되고 있으며, 현재 펄스 대응 부대가 유포 경로를 수사 중입니다.
방화벽 패치는 그리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유일하게 검증된 보호 수단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마시고, 구독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비에 젖은 네온 거리, 어제와 똑같이 굴러가는 밤.
그 평범한 밤,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아주 작게 깜빡였습니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죠.